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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금값이 오른다는 뉴스는 늘 보면서도 "금이 왜 희귀한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구 표면에 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주적 차원의 우연입니다. 별이 죽고, 중성자별이 충돌하고, 소행성이 지구를 때린 결과가 지금 우리가 손가락에 끼는 반지라는 이야기입니다.

금과 은의 우주기원 — 별이 죽어야 만들어진다
제가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머릿속이 잠깐 멈췄습니다. 빅뱅 직후 우주에서 만들어진 원소는 수소, 헬륨, 그리고 아주 약간의 리튬뿐입니다. 철까지는 별 내부의 핵융합으로 만들어지지만, 금이나 은처럼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핵융합만으로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킬로노바(Kilonova)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킬로노바란 두 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하며 폭발할 때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 극단적인 환경에서만 금과 은 같은 무거운 원소가 합성됩니다. 전체 우주 물질 중 0.01%도 되지 않는 비율이라는 점에서, 금이 희귀한 건 지질학적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우주적으로 드문 일입니다.
우리 태양계는 이런 별의 죽음이 서너 차례 반복된 뒤 그 잔해 위에서 만들어진 3~4세대 항성계입니다. 덕분에 1세대 별 주변에 비해 금속 함량이 상당히 높은 환경입니다. 그런데 지구가 처음 형성될 때 뜨거운 상태에서 빠르게 자전하며 금과 같은 무거운 금속은 대부분 핵 쪽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지구 표면에 금광이 존재하는 건 그 이후 소행성 충돌로 지각이 뒤집히며 금속이 노출된 덕분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금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중력파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성자별 충돌 사건이 생각보다 우주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LIGO Caltech). 중성자별이 밀집된 지역은 말 그대로 '우주의 금맥'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게 과장이 아니라고 봅니다.
- 금·은 등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핵융합이 아닌 중성자별 충돌(킬로노바)에서 생성
- 우리 태양계는 별의 죽음이 반복된 3~4세대 항성계로, 금속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음
- 지구 표면의 금광은 소행성 충돌이 지각을 뒤집은 결과
도시광산 — 버리는 전자제품이 새 광맥이 된다
금보다 은이 먼저 고갈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금이 더 비싸니 금이 먼저 없어질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은은 금과 다른 이유로 더 빨리 소진됩니다.
은은 전기 전도도와 열 전도도가 금보다 높습니다. 많은 분들이 금이 최고의 전도체라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은이 금보다 전기 전도도 기준으로 3~5% 더 높습니다. 그럼에도 반도체와 전자 제품에 금을 더 많이 쓰는 이유는 은이 화학적으로 산화·황화 반응을 잘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집에 오래된 은수저를 두면 새까맣게 변하는 현상이 바로 이 황화 반응입니다.
문제는 이 반응성 때문에 은의 회수율이 금에 비해 낮다는 점입니다. 금은 반응을 거의 하지 않으니 제련이 쉽지만, 은은 이미 다른 물질과 결합된 상태가 많아 분리 비용과 에너지 소모가 큽니다. 현재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지구 은 매장량의 가채 연수는 20~30년 수준으로, 금의 절반 정도입니다.
여기서 도시광산(Urban Mining)이라는 개념이 주목받습니다. 도시광산이란 폐전자제품이나 산업 폐기물에서 유용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새로 채굴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밀도로 금속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봤는데, 2000년대에 설치된 실리콘 태양광 패널 하단 인버터에는 상당량의 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폐 스마트폰 1톤에서 추출 가능한 금의 양은 금광석 1톤보다 최대 40~50배 많습니다(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은값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대체 소재 개발로 수요가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당장 50년 이내에는 도시광산 없이는 은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집에 오래된 전자제품이나 태양광 패널이 있다면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금맥 — 대륙이 갈라지며 땅속이 열린다
이 부분은 제가 직접 찾아보면서 가장 놀랐던 내용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이 현재 진행형으로 쪼개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에티오피아에서 탄자니아를 잇는 동아프리카 지구대(East African Rift)가 매년 수 센티미터씩 벌어지고 있습니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란 아프리카 대륙 동부를 남북으로 가르는 거대한 지각 균열로, 수백만 년 후 아프리카 대륙이 두 개로 분리되는 출발점입니다. 이미 일부 구간에서는 멀쩡하던 마을이 균열을 사이에 두고 두 쪽으로 나뉘는 현상이 눈으로 확인됩니다. 지질학적 시간 단위로 보면 500만~600만 년 뒤 완전히 분리되겠지만, 인간 생애 기준으로도 100년 안에 10미터 가까이 벌어지는 속도입니다.
이게 금과 무슨 관계냐고 하실 수 있는데, 핵심은 지각이 갈라지면서 그동안 지표에 노출되지 않았던 광상(ore deposit)이 새로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광상이란 특정 금속이 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농도로 집중된 지질 구조를 말합니다. 남아프리카 일대는 이미 세계 최대 금 생산지 중 하나인데, 지각이 갈라지는 과정에서 수십만 년 이내에 새로운 광상이 대거 노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린란드의 희토류·희유 금속 매장지 논의도 맥락이 비슷합니다. 희유 금속이 묻힌 곳에는 대체로 금과 은도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소행성 채굴이 미래의 답이라고 보기도 하고, 저는 그 전에 지구 지각 변동이 열어주는 새 광산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행성 채굴도 장기적으로는 배제할 수 없는 선택지이긴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은이 금보다 전기 전도도가 높다고 하는데 왜 금이 더 많이 쓰이나요?
A. 전도도만 보면 은이 금보다 3~5% 높은 건 맞습니다. 다만 은은 공기 중 황 성분과 반응해 표면이 산화되기 쉽고, 이 반응이 전자 부품의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반면 금은 거의 산화되지 않아 장기 내구성이 필요한 반도체·커넥터 부품에 더 안정적으로 쓰입니다. 결국 전도도냐 내구성이냐의 선택 문제입니다.
Q. 도시광산이라는 게 실제로 경제성이 있나요?
A. 폐스마트폰 1톤에서 금광석 1톤보다 40~50배 많은 금을 뽑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밀도 면에서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분리·정제 공정 비용이 높아 채산성이 나오는 품목이 제한적입니다. 금속 가격이 오르고 채굴 가능한 광산이 줄수록 도시광산의 경제성은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킬로노바가 뭔가요? 금이랑 무슨 관계죠?
A. 킬로노바는 두 중성자별이 충돌·합병하며 발생하는 폭발 현상입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극도로 높은 중성자 밀도 환경에서만 철보다 무거운 원소, 즉 금·은·백금 등이 만들어집니다. 일반 초신성으로는 이런 무거운 원소를 충분히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킬로노바는 우주에서 금의 주요 생산 공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아프리카 대륙이 실제로 갈라지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에티오피아·케냐·탄자니아를 가로지르며 매년 수 밀리미터에서 센티미터 단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지표 균열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이며, 지질학자들은 수백만 년 후 아프리카 동부가 별도 대륙으로 분리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 과정에서 노출될 새 광상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결론
금과 은에 대해 이 정도까지 파고든 적이 없었는데, 알면 알수록 단순한 귀금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우주에서 별이 죽는 방식이 지구 금광의 위치를 결정하고, 그 금속이 얼마나 빨리 고갈되느냐가 폐전자제품의 가치를 바꾸며, 아프리카 지각의 균열이 수만 년 뒤 새 광맥을 열어줍니다. 이 세 가지가 연결된 이야기라는 게 제 경험상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집에 묵혀두는 구형 스마트폰이나 태양광 관련 장비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도시광산 관련 재활용 제도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만합니다. 은의 산업적 가치는 앞으로 더 부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