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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스티븐 호킹을 그냥 '휠체어 탄 천재 물리학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생애를 제대로 들여다보니, 예상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때로는 황당할 만큼 유머러스한 사람이었습니다. 21살에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76세까지 살며 인류 최고의 물리학적 발견을 남긴 사람. 그 이야기를 오늘 풀어보겠습니다.

생애 — 시한부 선고 이후 오히려 삶이 빛났다
스티븐 호킹은 1942년 1월 8일에 태어났습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세상을 떠난 날로부터 정확히 300년 뒤이고, 호킹이 사망한 날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일인 3월 14일입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저는 잠깐 소름이 돋았는데, 사실 이런 우연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건 과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금방 깨달았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우연이면 충분하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시절, 호킹은 처음 1년 반 동안 강의 내용이 너무 쉬워 지루해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깊이 있는 전공 과목을 접하며 다시 물리학에 불이 붙었다고 하죠.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가기 위해 1등 졸업이 필요했던 호킹은 구술 심사 자리에서 교수들에게 "저를 1등으로 뽑아주지 않으면 옥스퍼드에 계속 남아 있겠다"라는 황당한 협박을 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결과적으로 1등을 했고, 심사 교수 중 한 명은 "심사하다 보니 그 학생이 우리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걸 알게 됐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입학한 직후인 1963년, 호킹은 21살의 나이에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 진단을 받습니다. 여기서 ALS란 운동 신경이 점진적으로 파괴되어 근육이 차례로 기능을 잃어가는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흔히 루게릭병이라고 불립니다. 당시 담당 의사는 길어야 2~3년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했습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멈칫했던 건, 그 진단 이후 호킹이 남긴 회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진단 전까지 내 삶은 굉장히 지루했다. 그런데 일찍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삶이 진정으로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라고 했습니다. 유한하기 때문에 비로소 소중해지는 것. 저도 이 말이 오래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와 결혼한 제인 와일드, 그리고 30년을 함께한 결혼 생활.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솔직히 뭔가 뭉클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호킹은 사후 뉴턴과 다윈의 곁,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되었으며, 묘비에는 자신이 요청한 블랙홀 엔트로피 공식이 새겨져 있습니다.
- 1942년 1월 8일 출생 — 갈릴레오 사망 300주년
- 1963년, 21세에 ALS(루게릭병) 진단 — 시한부 2~3년 선고
- 1964년 약혼, 1965년 제인 와일드와 결혼
- 2018년 3월 14일(아인슈타인 생일) 별세,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장
호킹 복사 — 블랙홀도 결국 사라진다
스티븐 호킹의 물리학적 업적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입니다. 여기서 호킹 복사란 블랙홀이 열복사 형태로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블랙홀은 무언가를 빨아들이기만 한다는 기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은 발견입니다.
많은 대중서에서 이 현상을 설명할 때 "사건의 지평선 주변에서 입자와 반입자 쌍이 생성되고, 반입자가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입자가 바깥으로 방출된다"는 방식을 씁니다. 여기서 사건의 지평선이란 블랙홀의 경계면으로, 이 안쪽으로 들어간 빛이나 물질은 어떤 것도 다시 바깥으로 나올 수 없는 경계를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여러 자료를 찾아봤는데, 사실 이 입자-반입자 설명은 일반인에게 편의상 사용하는 비유일 뿐, 현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는 정확한 설명이 아니라는 지적이 꽤 많았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비롯된 시공간 왜곡 효과와 양자 역학이 결합될 때, 블랙홀에서 먼 관측자가 측정하는 진공 에너지가 달라지면서 블랙홀이 일정한 온도를 갖게 된다는 방식으로 설명됩니다. 그리고 온도가 있는 물체는 반드시 흑체 복사(Blackbody Radiation)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흑체 복사란 온도를 가진 물체가 그 온도에 따라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현상으로,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즉 블랙홀도 온도가 있으면 전자기파를 외부로 방출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잃으며 서서히 증발한다는 것이 호킹 복사의 핵심입니다(출처: Encyclopædia Britannica).
더 눈길을 끄는 건 블랙홀의 질량과 증발 속도의 관계입니다. 호킹의 계산에 따르면 블랙홀이 증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질량이 작을수록 짧아집니다. 그러니까 거대한 블랙홀보다 미소 블랙홀이 훨씬 빨리 사라진다는 얘기죠. 이와 함께 등장하는 개념이 정보 역설(Information Paradox)입니다. 정보 역설이란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정보의 양이 호킹 복사를 통해 방출되는 정보의 양보다 많을 때, 나머지 정보가 어디로 가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현재 물리학계에서도 완전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호킹의 또 다른 대표 업적인 특이점 정리(Singularity Theorem)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로저 펜로즈가 블랙홀 내부에 반드시 크기가 0이고 시공간 곡률이 무한대인 특이점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했고(이 공로로 펜로즈는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호킹은 이 개념을 우주 전체로 확장했습니다. 우주 팽창을 시간 역순으로 되돌리면 결국 모든 물질이 한 점으로 수렴하는데, 이것이 블랙홀 내부의 특이점과 구조적으로 같다는 논리입니다. 그 결론이 바로 빅뱅 자체도 특이점에서 시작했다는 것입니다(출처: Nobel Prize).
명언 — "지구에 지적 생명이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제가 호킹의 말들을 정리하다가 가장 오래 멈춰 있었던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마도 우주에는 생명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적 생명은 아주 드물지 않을까. 심지어 지구에도 지적 생명이 출현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처음엔 유머 같았는데, 곱씹을수록 뭔가 냉정한 진지함이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호킹의 시각도 독특했습니다. 우주의 규모를 생각하면 지적 생명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만약 그들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인간이 중남미 원주민에게 저질렀던 역사였습니다. 고도로 발전한 문명이 반드시 우호적이지는 않는다는 논리인데, 저는 이게 단순한 SF 상상이 아니라 역사 기반의 꽤 설득력 있는 경고라고 느꼈습니다.
인공지능에 관한 언급도 지금 보면 상당히 예리합니다. 초지능 인공지능(Superintelligent AI)의 등장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 될 수 있지만, 그 위험을 통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그것이 인류 역사의 마지막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초지능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지적 능력을 전 분야에서 압도하는 수준의 AI를 의미하는데, 이 말이 나온 당시에도 충격적이었지만 지금 AI 발전 속도를 보고 있으면 더 무겁게 읽힙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호킹의 퍼포먼스는 2009년 6월 28일에 연 파티였습니다. 그는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 전원을 초대하는 파티'를 열었는데, 초대장은 파티가 끝난 다음 날 공개했습니다. 현재를 사는 사람은 갈 수 없지만, 먼 미래에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누군가라면 이 공고를 보고 과거로 올 수 있지 않겠냐는 논리였죠. 결과는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고, 호킹은 이것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실험적 증거라고 유머러스하게 정리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식의 사고 실험은 강의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강연에서 남긴 말은, 솔직히 읽다가 잠시 화면에서 눈을 뗐습니다. "고개를 숙여 발을 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보세요. 삶이 아무리 힘들어 보일지라도, 여러분이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무언가는 항상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십 년간 몸을 쓰지 못한 채 연구를 이어간 사람이 남긴 말이라 그런지, 같은 문장도 무게가 달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인데 어떻게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나요?
A. 호킹은 손을 쓸 수 없게 된 뒤 수식을 종이에 적는 대신, 머릿속에서 기하학적 이미지와 시각적 구조로 사고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이를 모차르트가 악기 없이 머릿속으로 교향곡 전체를 구성한 것에 비유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의사소통은 볼 근육 신호로 단어를 선택하고, 컴퓨터가 문장을 완성해 음성으로 출력하는 장치를 통해 유지했습니다. 이 장치가 호킹의 논문과 저서를 학습해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점이 놀랍지 않습니까?
Q. 호킹 복사는 아직 실험으로 증명된 건가요?
A. 아직 직접 관측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블랙홀의 질량이 작을수록 호킹 복사가 강해지는데, 현재 관측 가능한 블랙홀들은 너무 거대해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극히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우주 초기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시 블랙홀이 증발하는 순간을 포착하면 간접 증거가 될 수 있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관측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실험적 검증이 이루어진다면 물리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Q. 시간의 역사 호킹 지수 6.6%는 무슨 의미인가요?
A. 호킹 지수란 독자들이 전자책에서 북마크를 남긴 위치를 분석해 실제로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추정하는 지표입니다. 시간의 역사는 전 세계 2천만 부 이상 팔렸고 미국·영국 베스트셀러 목록에 237주 이상 올랐지만, 독자들이 주로 읽다가 멈추는 지점이 전체의 약 6~7% 부근이라는 의미입니다. 많이 사서 책장에 꽂아두는 '읽은 척하기 좋은 책'의 대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데, 이 지표를 만든 연구자들은 그것 자체가 해당 책의 사회적 위상을 보여준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Q. 호킹은 정말 무신론자였나요?
A. 스스로 무신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아인슈타인의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거나 호킹 자신의 "신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표현처럼, 많은 물리학자들이 '신'이라는 단어를 근본적인 자연 법칙이나 우주의 질서를 비유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호킹의 경우는 종교적 신 개념을 명시적으로 부정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비유 이상의 입장을 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
스티븐 호킹을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놀랐던 건 업적의 크기가 아니라, 그 업적이 만들어진 조건이었습니다. 수식을 직접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볼 근육 하나로 문장을 완성하면서, 블랙홀의 온도와 특이점의 수학을 머릿속으로만 다뤘다는 사실이. 제 경험상 불편한 환경이 오히려 사고를 단단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호킹이야말로 그 극단적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구에 지적 생명이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는 말을 떠올리면, 지금 우리가 얼마나 깊이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를 한 번쯤 물어보게 됩니다. 호킹의 마지막 강연 영상은 유튜브에서 직접 찾아볼 수 있고, 시간의 역사는 7%만 읽어도 이미 대부분의 독자보다 앞서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