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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래." 학교 다닐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입니다. 그런데 기후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이 말이 상당 부분 과장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아마존의 진짜 역할은 우리가 알던 것과 꽤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하면, 지금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지구의 허파라는 말, 얼마나 사실일까
"아마존이 없어지면 지구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말을 믿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전까지는요. 아마존 열대 우림은 전 지구 산소 생산량의 약 20%를 담당합니다. 숫자만 보면 어마어마해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결정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식물은 낮에 광합성으로 산소를 내뿜지만, 밤에는 호흡을 통해 산소를 다시 흡수합니다. 아마존의 거대한 생태계가 내놓는 산소 대부분을 아마존 생태계 스스로가 다시 소비한다는 뜻입니다. 순 산소 공급량으로 따지면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구 산소 공급에 더 큰 역할을 합니다. 플랑크톤은 생애를 다하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데, 이 과정에서 흡수한 탄소를 해저에 격리시키면서 순 산소 공급원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탄소 흡수원(Carbon Sink)으로서는 어떨까요? 탄소 흡수원이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자연계를 뜻합니다. 인류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400억 톤. 아마존이 흡수하는 양은 연간 약 15억~20억 톤으로, 비율로 보면 3~5%에 불과합니다. 제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치였습니다. 다만 이 숫자도 과거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 아마존 산소 생산량의 대부분은 아마존 생태계 자체가 재소비
- 실질적 지구 산소 공급원은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
- 아마존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인류 배출량의 약 3~5%
- 2000년대 이후 반복되는 산불로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되는 해가 늘어나는 중
아마존의 진짜 역할, 탄소보다 에어컨이었다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싶었습니다. 아마존을 탄소 문제로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니 전혀 다른 그림이 보였습니다. 기후학자들이 실제로 더 주목하는 아마존의 기능은 바로 증산 작용(Transpiration)입니다. 증산 작용이란 식물이 뿌리에서 흡수한 수분을 잎에서 수증기로 내보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아마존 나무들은 하루 약 200억 톤의 수증기를 대기 중으로 방출합니다. 수분이 기화할 때 주변 열을 빼앗는 원리, 즉 기화열 덕분에 아마존은 지역 기온을 낮추고 구름을 만들어 강수를 유발하는 거대한 에어컨 역할을 해왔습니다. 탄소를 얼마나 흡수하느냐보다 온도를 얼마나 낮추느냐에서 훨씬 결정적인 기여를 해온 셈입니다.
그런데 산림 벌채가 이 사이클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나무가 줄면 증산 작용이 줄고, 수분이 줄면 땅이 건조해지고, 건조해진 땅은 구름을 만들지 못하고, 구름이 없으면 강수가 줄어들며, 그 결과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합니다. 산불이 나면 아마존에 축적된 약 2,000억 톤 규모의 탄소 저장량이 대기로 방출됩니다. 실제로 산불이 극심했던 해에는 아마존이 탄소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5억~10억 톤을 순 배출하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출처: Science).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미 일부 과학자들이 아마존의 사바나화가 시작됐다고 경고한다는 점입니다. 사바나화란 열대 우림이 건조한 초원 지대로 전환되는 현상입니다. 열대 우림이 사라지면 에어컨도 사라지고, 탄소 저장고도 사라집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해류, 이산화황,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기후 문제를 파고들다 보면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에 자꾸 걸립니다. 제가 꽤 놀랐던 사실 중 하나는 선박 배기가스 규제가 한국 바다를 뜨겁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이산화황(SO₂) 배출을 대폭 규제했습니다. 이산화황이란 황을 함유한 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기체로, 대기 중에서 햇빛을 반사하는 성질을 갖습니다. 즉, 오염 물질이었던 이산화황이 역설적으로 바다를 식히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규제 이후 이산화황이 줄어들자 차단되던 햇빛이 그대로 해수면을 데우기 시작했고, 한국 주변 해역은 전 세계에서 수온 상승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건 어업 피해를 넘어 해류 순환 전체를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해류 순환이란 전 지구 바닷물이 온도와 염분 차이에 의해 컨베이어 벨트처럼 돌아가는 거대한 순환 시스템입니다. 북극과 남극에서 바닷물이 얼면서 소금을 밀어내고, 무거워진 물이 심해로 가라앉으며 이 컨베이어를 구동합니다(출처: NOAA).
빙하가 녹으면 이 메커니즘이 약해집니다. 해류 순환이 멈추면 지구 기후는 완전히 다른 상태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과학자들이 말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즉 한번 넘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임계점입니다. 이 개념은 인간의 몸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대사 건강이 서서히 나빠지다가 어느 순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처럼 비가역적인 사건으로 터지는 구조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포자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5년을 전후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태양광과 전기차 같은 에너지 전환 기술은 예상보다 빠르게 보급되고 있습니다. AI가 전력망 최적화에 기여해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역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탄소 배출만이 아니라 토지 이용 방식, 산림 보호, 해양 생태계 전반을 함께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마존이 정말 지구의 허파가 아닌가요?
A. 산소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은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아마존이 생산하는 산소는 대부분 아마존 생태계 내부에서 다시 소비됩니다. 다만 거대한 탄소 저장고이자 기온을 낮추는 냉각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매우 크고 중요합니다.
Q. 아마존 산불이 기후변화 때문인가요, 벌목 때문인가요?
A.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하지만, 많은 기후학자들은 인위적인 산림 벌채를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 봅니다. 나무가 사라지면 땅이 건조해지고, 건조한 땅은 산불에 훨씬 취약해집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이 과정을 가속화하는 구조입니다.
Q. 선박 이산화황 규제가 왜 바다 온도를 높이나요?
A. 이산화황은 대기 중에서 햇빛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어 해수면을 간접적으로 식히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2020년 IMO 규제 이후 이 차단막이 사라지면서 햇빛이 그대로 바다에 흡수되었고, 특히 선박 이동이 많은 동아시아 해역의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Q. 지구가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은 없나요?
A. 지구는 분명히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회복의 방향입니다. 자정 능력이 작동한다 해도 과거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평형 상태로 안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과학자들이 티핑 포인트를 그토록 경계하는 이유입니다.
Q. 탄소 배출 말고 개인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A. 탄소 발자국 줄이기 외에도 산림 보호 단체 지원, 인증된 목재 제품 선택, 식단 변화(육류 소비 줄이기) 등이 실질적인 방법으로 꼽힙니다. 개인의 소비 선택이 산림 벌채 수요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탄소보다 토지 이용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이 주제를 들여다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우리가 기후변화를 탄소 배출이라는 단일 렌즈로만 보다가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말은 틀리진 않지만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그보다는 지구의 에어컨이었고, 그 에어컨이 지금 고장나고 있다는 표현이 훨씬 현실에 가깝습니다.
무기력함보다는 정확한 이해가 먼저입니다. 아마존 문제는 이산화탄소를 덜 내뿜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벌목을 멈추고, 이미 파괴된 숲을 복원하고, 기후 시스템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실질적인 대응이 시작됩니다. 절망보다 정확한 지식이 훨씬 더 쓸모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