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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존재할 확률은 99.999%다—현존하는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이 동의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높은 확률로 존재한다면 왜 우리는 아직 단 하나의 신호도 받지 못했을까요. 처음 이 질문을 진지하게 파고들었을 때, 저는 "우주가 너무 넓어서"라는 대답이 납득이 잘 안 됐습니다. 넓다는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넓기에 이 정도로 감감무소식인지—그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본 뒤에야 말문이 막혔습니다.

골디락스존 —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의 논리
허블 우주망원경이 1995년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밤하늘의 바늘구멍만 한 영역을 열흘간 촬영했을 때, 거기서 약 2,000개의 은하가 찍혔습니다. 하루 사용료가 10억 원인 장비를 100억 원어치 써서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찍자는 제안은 당시 대부분의 과학자들에게 황당한 소리로 들렸다고 합니다. 그 결과가 2,000개 은하였고, 그 각각의 은하 안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습니다. 2022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같은 규모의 관측을 12시간 30분 만에 해냈습니다(출처: NASA). 제가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숫자가 너무 커서 실감이 안 됐는데, 수천억 곱하기 수조라는 계산이 나오면 그냥 사실상 무한대라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했습니다.
그 많은 별 가운데 생명체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곳을 추려내는 개념이 바로 골디락스존(Goldilocks Zone)입니다. 여기서 골디락스존이란 항성과의 거리가 적당해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궤도 범위를 의미합니다. 너무 가까우면 물이 증발하고, 너무 멀면 얼어버립니다. 동화 속 소녀 골디락스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맞는 스프를 찾았던 것처럼, 생명체에게도 "딱 맞는" 온도 범위가 있다는 겁니다.
탄소 기반 생명체—우리를 포함해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지적 생명체의 형태—는 필연적으로 액체 상태의 물이 필요합니다. 세포 단위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과정 자체가 물 없이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산소·질소 같은 원소들이 사실 태양계 안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겁니다. 태양은 수소를 헬륨으로 핵융합하는 정도가 한계이고, 탄소처럼 무거운 원소를 만들려면 훨씬 고온고압 환경이 필요합니다. 1969년 호주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에서 아미노산과 태양계 형성 이전에 만들어진 물질이 발견된 것은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물증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의 재료는 아주 먼 우주 어딘가에서 날아온 것입니다. 그 재료가 우주에 흔하다는 뜻이고,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존재가 다른 곳에 없을 가능성이 오히려 낮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 관측 가능한 우주의 은하 수: 수천억~수조 개
- 은하 하나당 별의 수: 수천억 개
- NASA가 발견한 외계 행성 수: 1992년 첫 발견 후 30년 만에 5,000개 돌파
- 우리 은하 내 추정 행성 수: 약 2,000억 개
페르미역설 — "그럼 다들 어디 있는 건데?"
195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엔리코 페르미는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가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걔네들 다 어디 있어?" 이 한 문장이 지금까지도 천문학계의 가장 뜨거운 미해결 문제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페르미역설(Fermi Paradox)이란 이름은 거기서 나왔습니다. 외계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 어떤 인공적 신호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모순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이 역설을 체계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드레이크방정식(Drake Equation)입니다. 1961년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고안한 이 방정식은, 외계 지적 생명체를 만날 확률이라는 거대한 질문을 일곱 개의 작은 질문으로 분해합니다. 우리 은하의 별 생성 속도, 행성을 거느린 별의 비율, 그중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 비율, 실제로 생명이 탄생할 확률, 지적 생명체로 진화할 확률, 통신 기술을 개발할 확률, 그리고 그 문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이 일곱 요소를 곱하면 이론적으로 접촉 가능한 문명의 수가 나옵니다(출처: SETI Institute). 제 경험상 이 방정식의 가장 큰 가치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외계인 탐사"라는 막연한 개념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데 있습니다.
페르미역설에 대한 해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외계 문명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거나 극히 드물다는 입장입니다. 위대한 필터 가설(Great Filter Hypothesis)이 여기에 속하는데, 단순 유기물에서 고등 문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거의 모든 생명체가 통과하지 못하는 극도로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이론입니다. 이 필터가 우리 뒤에 놓여 있다면—즉 우리가 아직 그 장벽을 만나지 않은 거라면—인류의 미래는 꽤 어두운 셈입니다. 둘째, 문명은 있지만 접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어둠의 숲 가설(Dark Forest Theory)은 우주를 서로를 경계하는 사냥꾼들로 가득 찬 어두운 숲에 비유합니다.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순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살아남은 문명들은 모두 철저히 숨어 있다는 겁니다. 보이저 탐사선에 골든 레코드를 실어 보낸 것을 두고 당시 일부 과학자들이 심각하게 반대한 것도 이 논리 때문이었습니다. 셋째, 우리의 탐색 방법과 범위 자체가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즉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가 수십 년간 신호를 찾아왔지만, 우주의 나이 137.98억 년에 비해 우리가 신호를 보내고 받은 기간은 고작 100여 년에 불과합니다. 모래사장 전체에서 바늘 하나를 손으로 뒤지고 있는 격이라는 말이 가장 정확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대한 필터 가설과 시공간의 광대함, 이 두 가지를 결합한 해석이 가장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문명이 외계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만큼 발달하는 기간이 우주적 시간 규모로 보면 찰나에 불과하고, 그 찰나마저 어떤 형태의 필터—핵전쟁이든, 기후 위기든, 혹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든—에 걸려 끊겨버린다면, 신호들이 겹칠 확률은 극도로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드레이크방정식이 남긴 것 — 탐색은 계속되어야 하는가
드레이크방정식이 등장하기 전까지, 외계 생명체 탐사는 학계에서 유사 과학 취급을 받는 분야였습니다. 방정식이 제시한 건 확실한 답이 아니라 방법론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이 분야 전체를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피터 베커스라는 영국 경제학자가 자신이 왜 여자 친구가 없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드레이크방정식의 구조를 그대로 차용한 논문 "Why I Don't Have a Girlfriend?"를 쓴 것은 유명한 일화인데, 그가 계산한 확률은 28만 5,000분의 1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2013년에 결혼했습니다. 확률이 낮다고 탐색을 포기하지 않은 셈이죠. 저는 이 이야기가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칼 세이건이 보이저 탐사선에 골든 레코드를 실으며 남긴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외계인들이 우리를 잘 모르더라도, 이 메시지가 엉뚱하게 해석되더라도, 딱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알 것이다—우리가 희망과 인내를, 최소한 약간의 지성을, 상당한 아량을, 그리고 우주와 접촉하고자 하는 뚜렷한 의지를 지닌 종이었다는 사실을." 탐색의 목적이 단순히 외계인을 찾는 데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는 역사는, 뒤집어 보면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달아 가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었다가, 태양계의 변방이 됐다가, 수천억 개 은하 중 하나의 변두리 행성이 됐습니다. 그 겸손함을 인식하고 있는 존재가 우리밖에 없다는 것—그것이 오히려 탐색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때, 제 경험상 꽤 오랫동안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더 많이 배울수록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더 선명하게 깨닫게 되고, 그럴수록 더 배우려고 하게 됩니다. NASA는 2027년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유럽 우주국은 2029년 아리엘 우주망원경을 각각 계획하고 있습니다. 탐색은 계속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계인이 99.999% 존재한다는 건 누가 한 말인가요?
A. 특정 한 명이 아니라 현존하는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이 공유하는 견해입니다. 근거는 우주의 규모—수천억 개 은하, 은하당 수천억 개의 별, 그리고 그 옆에 딸린 수없이 많은 행성—에 있습니다. 이 규모에서 생명 조건을 갖춘 곳이 지구 하나뿐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근거가 부족합니다.
Q. 골디락스존에 있다고 반드시 생명체가 사는 건 아닌가요?
A. 맞습니다. 골디락스존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일 뿐입니다. 대기 조성, 자기장 유무, 방사선 환경 등 추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화성이 골디락스존 끝자락에 있지만 대기 밀도가 지구의 1%에 불과해 현재로선 생명 유지가 어려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Q. 페르미역설은 결국 외계인이 없다는 결론인가요?
A. 아닙니다. 페르미역설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증거가 없는가"라는 모순을 가리키는 말이지, 없다는 결론이 아닙니다. 어둠의 숲 가설처럼 존재하지만 접촉을 피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고, 우리의 탐색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는 해석도 유효합니다.
Q. SETI 프로젝트는 지금도 진행 중인가요?
A. 네, 진행 중입니다. 다만 과거처럼 미국 국가 사업으로 운영되지는 않고, 현재는 SETI Institute 같은 민간·학술 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세티 코리아가 활동 중이며,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인공 신호 탐색이 핵심 방법입니다.
Q. 드레이크방정식으로 실제로 외계 문명의 수를 계산할 수 있나요?
A.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일곱 개 변수 중 상당수가 아직 추정 영역에 있어 결과값이 극단적으로 달라집니다. 드레이크방정식의 진짜 의미는 정확한 수치를 내는 것보다, 막연한 질문을 과학적으로 쪼갤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는 데 있습니다.
결론
외계인이 있느냐 없느냐는 사실 지금 당장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하지만 있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고, 만날 가능성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극도로 낮다는 것—이 두 문장이 지금 과학계가 도달한 가장 정직한 결론입니다.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건, 우리 몸을 이루는 재료조차 이 태양계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가 우주를 볼 때 묘하게 아련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 솔직히 억지 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꽤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골디락스존, 페르미역설, 드레이크방정식—이 세 개념은 각각 독립적인 과학 이론이지만 연결해서 보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탐색을 멈추지 말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작고 모르는 게 많은 존재인지를 계속 인식하라는 것입니다. 관심이 생겼다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류츠신의 삼체에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과학적 상상력과 현실 이론이 얼마나 가깝게 맞닿아 있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