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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바다가 온통 뜨거워지는데, 딱 한 곳만 오히려 차가워지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약 1.5도 오르는 동안, 캐나다 동쪽 라브라도해는 100년간 오히려 1도가 내려갔습니다. 왜 그곳만 그럴까 파고들다 보면, 지구 전체 기후 시스템이 얼마나 정교하게, 그리고 얼마나 위태롭게 연결돼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혼자 차가운 바다, 콜드블롭의 정체
위성으로 전 세계 해수면 온도를 한눈에 보면 지도가 거의 빨갛습니다. 그런데 유독 캐나다 동쪽, 그린란드 남쪽 라브라도해 부근에만 파란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동그랗고 차가운 영역이 나타납니다. 이걸 콜드블롭(Cold Blob)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콜드블롭이란 주변 해역보다 현저히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대서양 북동쪽의 차가운 해수 덩어리를 의미합니다.
일시적인 기상 이변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데이터를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꾸준히 오르는 동안 이 지역만 100년에 걸쳐 약 1도 역주행했습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이상 현상이 아니라 뭔가 구조적인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구조적 이유가 바로 열염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의 약화입니다. 열염순환이란 바닷물의 온도(열)와 염분(염)의 차이로 생기는 밀도 차이가 전 지구 해류를 움직이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지구 전체의 보일러 배관과 같은 역할인데, 이 배관이 막히기 시작한 신호가 콜드블롭입니다(출처: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열염순환이 약해지면 유럽과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민물이 대량으로 바다에 흘러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민물과 짠물의 밀도 차이입니다. 염분이 높은 바닷물은 무거워서 가라앉고, 이 하강 운동이 대서양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는 펌프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민물이 계속 섞이면 밀도가 낮아져 가라앉지 못하고 펌프가 약해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연쇄 반응은 한 변수가 무너지면 생각보다 빠르게 전체로 퍼지더라고요.
펌프가 약해지면 적도의 따뜻한 열이 북쪽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중간에 쌓입니다. 대서양 수온이 이례적으로 오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뜨거운 물이 좁은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지중해로 흘러들면, 지중해는 입구가 좁아 열교환이 잘 안 되는 반폐쇄성 해역이라 온도가 빠르게 치솟습니다. 프랑스에서 여름마다 40도를 넘기며 하루에 수백 명씩 사망하는 일이 더 이상 뉴스가 아니게 된 배경입니다.
겨울은 반대 방향으로 문제가 됩니다. 멕시코 만류가 북유럽 해안까지 따뜻한 물을 공급해줘야 그나마 서유럽의 겨울이 위도 대비 포근한데, 순환이 약해지면 이 열 공급이 끊기면서 혹독한 한파가 올 수 있습니다. 영화 <투모로우>가 과장되게 표현했지만 그 과학적 전제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라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동해와 서해 모두 반폐쇄성 해역이라 외해와의 열교환이 본래 제한적입니다. 실제로 한국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률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입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동해 명태가 사라지고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한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 그린란드 빙하 용해 → 민물 유입 증가 → 해수 밀도 감소
- 열염순환 펌프 약화 → 적도 열이 북쪽으로 전달 안 됨
- 대서양 중위도 수온 급등 → 지중해 이상 가열 → 남유럽·북아프리카 폭염
- 북유럽 난방 열 공급 감소 → 겨울 한파 심화
- 한국 주변 해역 수온 상승 → 어종 분포 변화
아홉번째행성은 왜 아직도 못 찾나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집도 못 찾는다는 게 처음엔 솔직히 납득이 안 됐습니다. 수만 광년 떨어진 별의 성분까지 분석하는 시대에, 태양계 안에 있는 뭔가를 못 찾는다는 게 사기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물리학적으로 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행성이 내는 빛은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니라 태양빛을 반사한 것입니다. 반사광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두 번씩 어두워집니다. 태양에서 행성까지 거리의 제곱으로 한 번 약해지고, 반사된 빛이 지구까지 오는 거리의 제곱으로 또 한 번 약해집니다. 이걸 역제곱 법칙(Inverse Square Law)의 이중 적용이라고 하는데, 거리가 조금만 멀어져도 밝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천왕성도 맨눈으로 안 보이는 판에, 그보다 수십 배 먼 아홉번째행성 후보는 현존 최고의 망원경으로도 배경별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희미합니다.
그럼에도 아홉번째행성을 찾으려는 이유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계 외곽의 카이퍼 벨트 천체들은 랜덤하게 퍼져 있어야 하는데 실제 궤도 분포는 한쪽으로 몰려 있습니다. 이 쏠림이 우연일 확률이 약 0.3%입니다. 무언가 묵직한 천체가 반대편에서 중력으로 교통 정리를 했다는 추론이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또한 사하라 사막에서 발견된 운석에서는 단사휘석(Clinopyroxene, CPX) 같이 아주 높은 압력 환경에서만 생성되는 광물이 검출됐습니다. 단사휘석이란 맨틀처럼 극도로 높은 압력이 가해지는 환경에서만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규산염 광물로, 소행성 크기의 천체에서 나오기 어려운 성분입니다. 이 운석이 우리가 모르는 대형 암석 행성의 파편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지구의 기괴한 바위들, 외계인 말고 다른 답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슬라 암석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제 첫 반응은 "이거 누가 레이저로 잘랐나" 였습니다. 거대한 사암 바위가 칼로 자른 것처럼 수직으로 완벽하게 두 동강 나 있는 사진이거든요. 실제로 이 암석은 사우디 인기 관광지인데, 로마 시대 여행자들이 남긴 낙서까지 바위에 새겨져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사람들을 끌어당긴 장소입니다.
지질학적으로 이 쪼개짐은 주향이동단층(Strike-Slip Fault) 운동으로 설명됩니다. 주향이동단층이란 지각이 위아래로 어긋나는 게 아니라 수평으로 미끄러지는 단층으로, 이 전단력이 암석을 수직에 가깝게 절단합니다. 인장력이나 압축력이 작용하면 단층면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지지만, 수평 전단력이면 거의 수직의 절단면이 만들어집니다. 이 지역이 과거에 주향이동 지진이 잦았던 곳이라는 점도 이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바위 아래쪽이 홀쭉하게 깎인 것처럼 보이는 부분은 차별침식(Differential Erosion)으로 설명됩니다. 차별침식이란 같은 퇴적암 내에서도 성분이 다른 층이 서로 다른 속도로 풍화되는 현상입니다. 아래쪽에 진흙 함량이 높은 층이 모래 함량이 높은 층보다 바람에 더 빨리 깎여 나가면, 위는 넓고 아래는 가느다랗게 남게 됩니다. 사막 지역에서 타골풍이라 불리는 일정 방향의 강한 바람이 지속되면서 이 효과가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바이칼호의 얼음 기둥, 호주 피너클스의 뾰족한 석회암 탑, 노르웨이 쐐기 바위까지 제가 직접 찾아본 자료들을 보면 처음엔 죄다 초자연적으로 보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승화·차별침식·절리·빙하 침식으로 설명됩니다. 신기한 건 맞는데, 외계인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라브라도해 콜드블롭은 왜 거기서만 나타나나요?
A. 라브라도해가 대서양 열염순환의 핵심 펌프 역할을 하는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린란드에서 흘러내린 민물이 이 펌프의 하강 운동을 약하게 만들고, 그 결과 따뜻한 물이 공급되지 못해 표층이 차갑게 유지됩니다. 전 세계에서 딱 이 지역에만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이 구조적 위치 때문입니다.
Q. 열염순환이 완전히 멈추면 어떻게 되나요?
A. 과거 빙하기마다 열염순환이 고장 났을 때 고위도 지역은 급격히 냉각됐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2050~2080년 사이 순환이 완전히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IPCC는 2100년까지 완전 정지 수준은 아닐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학자들 사이에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며, 결과는 기온 상승 속도에 크게 달려 있습니다.
Q. 아홉번째행성이 정말 있다고 보나요?
A. 확인된 사실은 아니고, 현재는 유력한 가설 단계입니다. 태양계 외곽 천체들의 궤도 쏠림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개념이며, 우연일 확률이 0.3%로 낮아 근거 없는 추측은 아닙니다. 루빈 천문대처럼 새로운 대형 관측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발견 여부가 더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사우디 알 나슬라 바위는 정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건가요?
A. 네, 지질학적으로는 주향이동단층과 차별침식으로 설명됩니다. 수직에 가까운 절단면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수평 전단력이 작용하는 주향이동단층에서는 이런 형태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주변 암석이 오랜 시간 침식되어 없어지고 이 바위만 남아 더 극적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결론
바다 온도 하나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파고들면 태양계의 형성 역사, 지구 기후 시스템의 전체 배관, 수억 년에 걸친 암석의 변화가 전부 이어져 있습니다. 제가 이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지구는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콜드블롭이 심상치 않다면, 지금 당장 뭔가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조여드는 과정입니다. 기후 시스템은 임계점을 넘기 전까지는 티가 잘 안 나는데, 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바다의 수온 변화와 어종 이동 뉴스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