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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누군가가 암 진단을 받으면 사람은 갑자기 엄청난 양의 정보를 찾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최근 CAR-T(카티)라는 면역항암 치료제가 혈액암 환자에서 완전 관해율 90%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한 번의 투여로 암이 사라진다는 말, 과장인지 진짜인지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봤습니다.

혈액암 효과 — 숫자가 말하는 것들
암세포가 면역 세포를 피해 춤추듯 빠져나가는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우스다코타 대학의 브랜든 교수 연구팀이 공개한 이 영상에서 면역 세포는 암세포를 반복해서 공격하지만 암세포는 가장자리만 조금씩 갉히면서도 끝내 도망칩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이게 30년째 암이 정복되지 않는 이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는 이 상황을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합니다. 여기서 CAR-T란 환자 본인의 T세포, 즉 면역 세포를 꺼내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만 정확히 인식하도록 유전자 수준에서 재설계한 뒤 다시 주입하는 치료법을 의미합니다. 일반 보병에게 저격 장비와 표적 좌표를 쥐여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초기 임상에서 CAR-T 19, 즉 CD19 항원을 표적으로 삼는 1세대 CAR-T를 투여받은 혈액암 환자군에서 완전 관해율 90%가 관찰되었습니다.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란 영상 검사와 조직 검사 모두에서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던 소아 백혈병 환자 에밀리는 CAR-T 치료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생존해 있습니다(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 CAR-T 치료 후 체내 증식: 최대 약 1만 배
- 혈액암(백혈병·림프종) 완전 관해율: 임상 기준 최대 90%
- 생존율 81% — 기존 항암 치료 대비 유의미한 개선
고형암 한계 — 왜 아직도 벽이 높은가
혈액암의 결과만 보면 CAR-T가 이미 암을 정복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면서 가장 먼저 마주친 현실은 고형암에서의 성적표였습니다. 폐암, 간암, 췌장암처럼 덩어리를 이루는 고형암(Solid Tumor)에서는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은 CAR-T 제품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유는 구조적입니다. 혈액암 세포는 혈관 속에 떠 있어 CAR-T 세포가 접근하기 쉽지만, 고형암은 물리적으로 단단한 덩어리입니다. CAR-T 세포가 종양 내부까지 침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설령 뚫고 들어가더라도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종양 미세환경이란 종양 주변을 둘러싼 산소 결핍, 영양 고갈, 면역억제 물질로 가득 찬 특수한 생태계를 뜻합니다. 코넬대 연구팀이 202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환경 안으로 들어온 면역 세포는 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합니다(출처: Cornell University).
더 교활한 부분이 있습니다. 고형암 세포 내부의 TAK1이라는 유전자가 면역 세포가 보내는 '자폭하라'는 사이토카인 신호를 가로채 오히려 생존 촉진 신호로 변조시킵니다. 여기서 TAK1이란 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에서 세포 사멸 경로를 역전시키는 효소 단백질 키나아제를 의미합니다. 면역 세포가 열심히 공격할수록 암세포는 그 에너지를 흡수해 더 단단하게 버팁니다. 제 경험상 어떤 시스템이든 공격 에너지를 방어에 역이용하는 구조는 가장 깨기 어렵습니다.
미래 전망 — 한계를 넘는 연구들
그렇다고 연구가 멈춰 있는 건 아닙니다. 2024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린 연구는 특수 설계된 CAR-T를 뇌종양 환자에 투여한 결과 5일 만에 종양이 60~90% 이상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뇌종양은 고형암 중에서도 특히 CAR-T 접근이 어려운 영역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결과는 그 전제를 흔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해당 논문 요약본을 읽어봤는데, 수치 자체보다 연구팀이 접근한 설계 방식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핵심은 지속성 문제를 백신으로 보완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고형암에서 CAR-T 세포는 초반에 화력은 있지만 종양 미세환경에 의해 빠르게 소진됩니다. 연구팀은 CAR-T의 활성을 지속적으로 재점화하는 mRNA 백신을 병용하는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이 조합이 임상에서도 같은 수치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지만, 방향 자체는 논리적으로 타당합니다.
TAK1 연구 쪽도 흥미롭습니다. 셀 리포트에 발표된 연구에서 TAK1 유전자를 제거한 암세포는 사이토카인(Cytokine) 독성을 견디지 못하고 면역 세포 공격에 전멸했습니다. 여기서 사이토카인이란 면역 세포가 암세포에게 분비하는 신호 단백질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일종의 생물학적 독소입니다. 핵심 매개체는 cFLIP이라는 단백질로, TAK1이 없어지면 cFLIP이 분해되면서 암세포는 방어막을 잃게 됩니다. 다만 정상 세포에도 TAK1이 존재하기 때문에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표적 전달 기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연구 단계 물질이 실제 신약으로 승인되는 비율은 역사적으로 10% 미만이라는 점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AR-T 치료제는 지금 한국에서도 받을 수 있나요?
A.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혈액암, 특히 재발·불응성 B세포 림프종과 다발성 골수종에 한해 CAR-T 치료가 보험 적용 또는 임상시험 형태로 가능합니다. 고형암에 대한 CAR-T는 아직 국내외 모두 정식 승인 단계가 아니며 임상시험 참여 형태로만 접근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Q. CAR-T가 혈액암에는 잘 듣는데 고형암에는 왜 안 되는 건가요?
A. 혈액암 세포는 혈관 속에 분산되어 있어 CAR-T 세포가 접근하기 쉽습니다. 반면 고형암은 물리적 덩어리를 이루고 있고, 그 내부는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하며 면역억제 물질로 가득한 종양 미세환경을 형성합니다. 여기에 TAK1 같은 생존 메커니즘이 더해져 면역 세포의 공격을 무력화합니다.
Q. CAR-T 치료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A. 해외 기준으로 CAR-T 치료 1회 비용은 3억~5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일부 혈액암의 경우 본인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여전히 고액 치료에 해당합니다. 임상시험 참여 시에는 비용 부담 없이 치료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 담당 의료진과 상담이 필요합니다.
Q. TAK1을 없애면 정상 세포도 죽는 건 아닌가요?
A. 맞습니다. TAK1은 정상 세포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억제제를 전신에 투여하면 간 독성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연구의 핵심 과제는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TAK1 억제 물질을 전달하는 나노 입자 기반 표적 전달 기술 개발입니다. 이 기술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임상 적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Q. 뇌종양에서 5일 만에 60~90% 감소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2024년 NEJM에 발표된 소규모 임상 사례 보고에서 실제로 확인된 수치입니다. 다만 이는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초기 결과이며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한 재현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유망한 데이터인 것은 분명하지만, 표준 치료로 확립되기까지는 상당한 검증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론
CAR-T는 혈액암에서 이미 '기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수준의 임상 결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고형암 앞에서는 여전히 현실의 벽이 높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들을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이 기술의 가치는 현재의 성과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쌓아가는 연구의 밀도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TAK1 억제 연구, 종양 미세환경 극복 전략, mRNA 백신 병용 요법은 각각 따로 보면 한계가 뚜렷하지만, 이것들이 결합되는 시점에 고형암 치료의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암 치료에 관심이 있다면 CAR-T 관련 임상시험 정보를 국가임상시험정보 포털에서 주기적으로 확인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정보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